사드 배치에 대한 편지

2015.03.16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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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로 속 끓이던 미국, ‘김기종 활극’이 선물이 될줄이야
구한말 불행한 역사가 재현되는 건 아닌지 불길합니다

곽병찬 대기자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99

올 봄도 여지없이 불온합니다. 지난 몇해 동안은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북한의 전쟁 협박으로 말미암아 불길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거기에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갈등이 겹쳤습니다. 북의 군사적 위협에 ‘빅 2’의 군사적 대치 전선으로 몰리고 있으니 더욱 더 불길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제는 중국의 류젠타오 외교부 부장조리가 서울에 왔습니다. 오늘은 그와 동급인 미국의 러셀 국무부 동아태담당차관보가 왔습니다. 그들이 왜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지는 그동안 신문 1면 제목만 훑어본 사람이라면 짐작합니다. 한국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배치하려는 미국의 의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각축입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사드가 북한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차원을 넘어섰다고 공언했습니다. 중국의 미사일 능력을 무력화시킴으로써 태평양으로 확장하려는 중국의 영향력을 봉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것입니다. 때문에 중국은 ‘사드가 중국의 국가 안보 이익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것’이라고 공언합니다. 말은 하지 않지만 옛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을 배치하려다가 미국과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던 상황을 연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속으로 끓던 사드 문제가 표면화된 건 김기종씨의 루퍼트 미국대사 피습 이후입니다. 당신이 이 사건을 두고 ‘한미 동맹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 뒤, 여당인 새누리당에선 사드 배치를 공론화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사드 배치는 한미동맹 강화의 가장 긴요한 현안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김기종씨의 활극이 이런 선물을 줄 줄이야, 미국 정부도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동안 미국은 속을 끓이고 있었습니다. 한국 정부의 미적거리는 태도가 영 불만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그 국토의 일부를 중국 봉쇄의 전초기지로 내주는 것을 중국 정부가 좌시할 리는 없겠죠. 경제적인 이득은 대부분 중국에서 취하면서, 정치·군사적으로는 중국에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결국 등 터지는 건 국민입니다. 안보 이익이 충돌하는 두 나라 사이에 끼어 새우등이 터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위협에 따르자니 중국의 위협이 두렵고, 중국의 반발을 수용하자니 미국의 으름장이 두렵습니다. 아제 어느 한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두 나라로부터 ‘믿을 수 없는 나라’로 홀대를 받기 십상입니다.

이런 진퇴양난의 처지에 몰린 직접적인 김기종씨 사건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 한 것이었습니다. 당신은 이 사건을 종북주의자의 한미동맹에 대한 테러로 규정해, 이 정권의 정치적 반대세력을 억압하고 위축시키려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한미 동맹을 핑계로 우리의 안보 이익을 미국에 헌상하자는 공론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미군이 지난해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의 핵심인 사드(THAAD·고고도 요격 미사일)를 시험 발사하고 있다. 출처 미국 국방부 미사일방어청
구한말에 벌어졌던 불행한 역사가 또 재현되는 건 아닌지 불길합니다. 당시 명성왕후는 대원군과의 권력 투쟁에 청나라 군대를 끌어들였고, 그것이 결국은 저와 국가의 파탄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되었습니다. 명성왕후는 강화도조약 이후 수구파를 견제하기 위해 일본에 의존한다는 것이 너무 조정 깊숙이 끌어들여, 사사건건 일본의 간섭과 압박을 자초했습니다. 그로 말미암아 권력이 흔들리게 되자, 1882년 임오군란을 계기로 청나라 군대를 끌어들여, 재집권에 성공한 대원군 일파를 3일만에 무력화시켰습니다. 갑오농민혁명이 일어나자 명성왕후는 다시 청나라 군대를 불러들였습니다. 그러나 텐진조약에 따라 일본군도 함께 진주하면서 조선은 두 나라의 전쟁터가 됩니다. 청이 전쟁에서 패하자, 이번엔 러시아에 의지했다가 결국 일본의 자객들에 의해 살해됩니다.

구한말의 이런 쓰라린 역사적 경험은 민간에까지 스며들어, 해방 후 삼척동자까지도 이렇게 노래하고 다녔습니다. “미국놈 믿지 말고, 쏘련놈에 속지말고, 일본놈 일어선다.” 여기에 미국이 등장하는 건 고종이 배반당한 경험 때문입니다. 그는 일본, 청나라, 러시아 순으로 믿을 수 없게 되자 막판에 미국에 의지하려 했지만, 미국은 이미 일본에 한반도의 주도권을 넘긴 터였습니다.

그때 그 시절에 지금 상황을 곧이 곧대로 대입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단 하나, 국내 정치에 외세를 끌어들여선 안 된다는 겁니다. 특히 외국군은 금물입니다. 물론 기존의 주한미군까지 문제를 삼는 건 아닙니다. 그건 한국전쟁으로 말미암은 결과이고, 중국도 전쟁의 당사자였으니 거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두 나라의 안보이익이 충돌하는 군사력 배치까지 허용하면서, 이 땅을 두 나라의 대치전선으로 만들어선 안 됩니다.

그런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일이 다름 아닌 김기종씨 문제 때문에 벌어졌다니 황당할 뿐입니다. 아무리 급하다 해도 나라를 팔아먹는일은 없어야 합니다. 바로 오늘 두 나라 외교차관보가 우리 땅에 와서 기지를 내놓으라거니, 말라거니 하는 상황은 상징적입니다.

군사적 문제는 원천적으로 남북이 해결하기 힘든 구조입니다. 전시작전권은 미국이 쥐고 있고, 휴전협정의 당사자는 미국입니다. 그런 미국을 놓아두고 북한이 어떻게 남한과 군사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당신은 취임 초부터 북에 적대적인 정책을 고집해왔습니다. 안으로는 종북 척결, 밖으로는 북한 봉쇄가 국정 지표가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정통성이 취약한 정권의 안정을 꾀했습니다.

그러나 남북의 대치가 깊어지면 질수록 미국과 미군의 군사력에 대한 의존도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우선적 관심은 북한의 위협보다는 중국의 팽창 저지입니다. 사드 배치도 그 일환입니다. 사실 북한에 대해서는 무관심이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입니다. 이제 한반도 동서로는 남북한이 대치하고, 우리나라 남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대치전선이 펼쳐지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우리 국민이 편안히 발 뻗고 있을 곳은 어디입니다.

곽병찬 대기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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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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