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의 결과를 나는 매우 감격스럽게 받아들입니다.
나만이 아닐 겁니다. 모르긴 하지만 문재인이나 안철수나 이정희를 지지하던 사람들 중에도 상당수가 나와 비슷한 느낌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 나라의 이 험난한 정치판에서, 강하게 보이지도 않고 사납게 보이지도 않고, 그저 여성다웁기만 한 한 여성이 오로지 ‘자기 혼자의 힘’으로 5천만 인구를 가진, 그리고 매우 호전적인 2천3백만 인구를 거느린 휴전선 이북의 ‘김일성 왕조’를 코앞에 두고 당당히 정상에 올랐다는 것은 가히 한국사의 ‘기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버지가 박정희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이 유리하게 작용한 면도 있겠지만 오히려 ‘독재자의 딸’이라는 잘못된 표현으로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유신체제하에서 온갖 고초를 다 겪은 양심적인 인사들 - 김지하‧유근일‧김중태 등이 박근혜를 돕겠다고 발 벗고 나선 것도 그저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합니다.
쿠데타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것은 단번에 죽을 각오만 하면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어머니와 아버지를 악한들에 의해 암살당하고도 정신이 돌지 않고 의연하게 고독한 삶을 이어 오다가 뜻하는 바 있어 정계에 투신, 바람 잦을 날 없는 혹독한 정치판에서 목에 칼을 맞으면서도 참고 견디고 버티어 그는 대한민국의 18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육영수 여사를 닮은 ‘인자한 어머니 상’을 잃지 않고 이 겨레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박정희 대통령의 투철한 애국심과 결단력을 본 받아 ‘쾌도난마’의 뛰어난 솜씨를 한반도에, 그리고 전 세계에, 보여주게 될 것을 기대하며 축하의 인사를 보냅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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