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좀처럼 울지 않는 ‘철의 여인’으로 알려진 박 후보도 15년 동안 자신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해왔던 이춘상 보좌관의 죽음 앞에선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박 후보는 2일 낮 강원도 유세를 지원하던 과정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을 거둔 이 보좌관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확인되진 않았지만, 박 후보는 이 보좌관의 사망 소식을 들은 뒤 20여분간 대성통곡을 했다는 전언도 들렸다.
이날 저녁 7시50분경 검은 색 정장 차림으로 여의도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고인의 빈소에 도착한 박 후보는 눈이 부어 있었다. 눈에는 아직 눈물 기운이 가시질 않은 채였다. 빈소 입구 앞에서 그는 잠시 멈칫거렸다. 그의 앞에는 이 보좌관의 빈소임을 알리는 LCD 안내판 속에 환히 웃는 이 보좌관의 사진이 있었다.
박 후보는 빈소에 들어가 이 보좌관의 영정사진을 바라본 뒤 고개를 깊이 숙였다. 박 후보는 이 보좌관 부인의 손을 잡고 “정말 죄송하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는 “제가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한 뒤 이 보좌관의 아들이자 상주가 된 경찬(14)군의 손을 매만졌다.
이 보좌관의 부인이 “잘 되길 빌겠습니다”라고 말하자 박 후보는 울먹이며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 보좌관의 어머니에게도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박 후보는 유족들을 모두 위로한 뒤에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지 이 보좌관의 영정사진을 다시 한 번 돌아봤다. 몇 초간 바라보다 박 후보는 이내 발걸음을 뗐다.
박 후보는 빈소를 막 나서다 조문을 온 이규택 전 친박연대 공동대표, 전지명 조직총괄본부 공보전략위원장 일행과 마주쳤다. 박 후보는 지난 달 26일 부인상을 당한 이 전 대표에게 “(선거 때문에)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다”고 위로했고, 이 전 대표는 “힘내시라”고 답했다. 박 후보는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침통한 표정으로 50여m 정도 거리의 통로를 혼자 걸었다. 수많은 기자들이 그의 뒤를 쫓았지만, 질문을 하지 못했다.
박 후보는 승합차를 타고 떠나려다 빈소에 남아 있던 선대위 캠프 관계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다시 차를 돌려 빈소로 돌아왔다. 박 후보는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과 서병수 당무조정본부장 등에게 “실감이 안 난다. 가족들께도 뭐라고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분들이 또 막 제 걱정을 하고...어떻게 이렇게 갈 수가 있느냐”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사무총장인 서 본부장에게 장례식 절차 등에 대한 당부를 한 뒤 빈소를 떠났다. 그는 다시 한 번 50여m의 통로를 말없이 혼자 걸어갔다.
그는 차에 타기 직전 심경을 묻는 기자들과 질문에 “15년 전부터 사심없이 헌신적으로 해왔던 보좌관이었다. 저를 믿고 어려운 때를 잘 극복해오고 했는데 어떻게 한순간..(침묵)..갑자기 그렇게 떠나게 되니까 불의의 사고로.. 그 심정을 어떻게 이루 말로 다 표현할 길이 없다”며 “가족들께도 참 죄송하고. 어린 중학생 아들이 있다. 걱정이 되고 주변의 많은 분들이 가족들 그쪽 분들 힘내도록 많이 도와주셨으면 좋겠다. 심정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당의 한 관계자는 "박 후보가 이렇게 슬퍼하는 것은 처음 본다"며 "그 마음이 얼마나 슬플지..."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박 후보는 이 보좌관과 동승했다 부상을 당한 캠프 관계자들의 가족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해 위로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 후보는 조문 직후 트위터에 "15년 동안 사심없이 헌신적으로 도와준 이춘상 보좌관. 이렇게 갑작스런 사고로 운명을 달리하게 되어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라며 "그 깨끗하고 맑은 영혼이 하늘에서 축복을 누리기를 바라며 그 영전에 그동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데일리안 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