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당정치가 워낙 열악하다 못해 한심하니까 선거철이 되면 엉뚱한 사람들의 이름이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인물들 중의 한 사람이 대학교수 안철수라고 생각됩니다.
교수가 정치판에 뛰어들어 단번에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다는 것이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있기 어려운 일입니다. 미국의 28대 대통령 윌슨은 대학교수 출신으로 대통령이 된 유일한 인물인데 그는 겪을 만큼 겪고, 당할 만큼 당하고, 지금으로부터 꼭 100년 전인 1912년 미국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되었던 것입니다.
윌슨은 존즈__홉킨스에서 의회정치에 관한 논문을 써서 박사학위를 받은 정치학도였고 프린스턴에서 가르치다가 그 학교 총장으로 추대되었습니다. 그 뒤에 정치에 뛰어들어 뉴저지 주지사에 당선, 임기 2년을 마치고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어 당당하게 미국 대통령이 되었던 것입니다.
안철수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될 의지가 확고하다면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어야죠. 이미 새누리당에는 명함을 넣기도 어려워졌으니 당을 하나 새롭게 만들 수밖에 없는데 그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또 한 사람 교수 출신 정운찬이 정당을 하나 만들겠다고 동분서주한다니 두 교수가 손잡고 신당을 하나 창당하여 ‘정안당’이라고 명명한다 합시다. 그럼 그 당의 대통령 후보는 누가 나갈 겁니까. 정운찬? 안철수?
안철수는 한동안 민주당에는 갈 수 없다 했지요. 그러나 요새 신문을 보니 “안철수의 정치 생각…거의 모든 분야 민주당과 닮았다”라고? 대한민국 정치판을 뭘로 보고 이랬다저랬다 하는 겁니까.
두 당이 서로 끌어당길 때(그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어느 한 당을 선택하여 그 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 이미 뛰어들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두 당이 모두 난장판이 되면 그 때 내가 나가겠다” - 그런 심보입니까. 그렇다면 안철수는 ‘라이온’은 아니고 ‘하이에나’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팔자에 없는 것을 노리면 여러 사람이 다치고 또 본인도 목숨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심하시오![ 김동길 ] www.kimdonggil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