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이 판을 치는 오늘의 한국- 김동길 칼럼
2013.10.18 20:22
거짓이 판을 치는 오늘의 한국- (19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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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근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하던 60년대, 아주 옛날, 한평생 경상도 산골에 묻혀 살던 나이 든 아저씨가 서울 사는 조카의 안내를 받아 명동 거리를 구경하게 되었습니다. 벽촌에서 농사나 짓던 이 노인은 우선 명동 거리를 메운 행인들을 보고 놀랐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우예 먹고 사노?” 노인이 감탄하여 물었습니다. 서울 사는 젊은 조카가 즉시에 대답을 하였습니다. “서로 속여 먹고 살지요” 물론 지나친 표현이지만 반세기 뒤에 우리 조국은 속임수가 난무하는 한심한 사회가 된 듯 하여 서글픈 느낌이 듭니다. 오늘의 경제적 발전도 민주적 성공도 모두 알맹이가 없는 허망한 것이 아닌가 걱정스럽습니다. 이래 가지고야 어떻게 한반도의 솟구치는 생명력이, 에너지가, 일본을 이기고 중국 앞에 당당할 수 있겠습니까. 정치인도 종교인도 교육자도 모두 ‘거짓’으로 똘똘 뭉쳐 있는 것 같습니다. 기업인은 탈세를 일삼고 장사꾼은 저울눈을 속입니다. 법관이나 노조 간부들의 양심도 믿을 수 없습니다. 강도나 절도범만이 고약한 인간입니까? 공직에 앉아서 국민의 혈세를 물 쓰듯 하는 놈들도 화폐나 수표를 위조하고 회사 돈으로 비자금 만들기에 바쁜 그 자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거짓말이 난무하는 오늘의 대한민국에 희망을 품기가 어렵습니다. ‘혁명’ 밖에는 대안이 없습니까? 김동길 www.kimdonggil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