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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에서 빛을 길어올리는 것이야말로 한민족 정신 아닌가”

63754308.1.jpg22일 강원 원주 토지문화관에서 만난 김지하 선생. 그는 “한민족은 수많은 슬픔과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민족정신을 가진 민족”이라며 “죽은 자를 위로하고 산 자도 위로받는 씻김의 정신을 되새겨 슬픔의 밑바닥에서 희망을 길어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원주=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세월호가 물에 잠기고 보름 정도 지났을까, 김지하 시인(73)이 서너 번 전화를 걸어와 이렇게 말했다. “슬픔에만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죽은 이들의 목숨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희망을 찾아내야 한다.”

말이야 맞는 말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거지? 모든 국민이 상(喪)을 당한 것처럼 비탄에 빠져 있는 데다 다들 예민한 시기라 감히(?) ‘희망’을 말하는 그의 말을 전한다는 게 시기적으로 쉽지 않았다. 이제 참사가 한 달여를 넘겼다. 대통령 담화가 나오고 새 총리 후보자가 지명된 직후인 22일 그를 만나기 위해 강원도 원주로 간 것은 한 가닥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도 될 시점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인터뷰에는 그의 아내이자 대통령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김영주 토지문화관 이사장이 함께했다. 김 이사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맹골수도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하도 답답해 다른 나라는 어땠는지 훑어보니 우리만 이런 일을 겪은 건 아니었다. 더한 일도 겪었더라. 그들은 천천히 변해왔는데 우리는 압축 성장을 하다 보니 과정이 더 치열하고 아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든 이 고비를 넘겨야 한다. 아이들 죽음을 어떤 역사적 소명으로 부활시켜야 한다.”

이어 김 시인이 “절망 속에서 희망을 발견해내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민족정신”이라고 말을 받았다.

“우리 민족정신의 핵심을 짚어 올린다면 어둠에서 빛을 끄집어내는 능력이다. 우리는 6·25전쟁도 겪은 민족이다. 극도의 절망 속에서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많다.”

―최근 겪은 비극으로는 ‘광주’도 있다.

“감옥 안에서 ‘광주’를 듣고 더이상 정치투쟁으로는 민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출소해서 생명 문제를 연구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어떻든 이번 비극도 잘 승화시켜야 한다. 아이들을 비롯해 희생자들의 죽음이 결코 헛되게 해서는 안 된다. 어쩌면 단원고 아이들이 욕되고 탐욕스러운 어른들을 거국적으로 반성하게 해준 거다. 대한민국이 다시 제대로 가도록 인도를 해준 거다. 그들의 죽음을 가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는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베크가 한국을 대표적인 위험사회라고 했는데 서양 학자들이 한국 사회 위험의 ‘질적인 진동’을 알기나 하고 하는 소리인가”라고 되물은 뒤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것은 ‘창조적 진동’이다. 뭐가 태어나기 위해 진통을 하는 거란 말이다. 우리는 식민지 경험에다가 짓밟히기만 해서 우리 정신, 우리 역사에 대한 이해가 많이 모자라다. 역사학자들이 애를 쓰긴 했지만 그래도 모자라다. 서세동점(西勢東漸·서양이 동양으로 점점 밀려옴) 분위기에서 외국 것, 서양 것 배우자로 갔지만 이제 세계 흐름은 동아시아로 오고 있다.”

―유족들을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그들의 비통함이야 무슨 말로 위로를 하겠는가. 나 역시 사는 게 너무 힘들었다. 감옥을 살고 나와서도 20여 년 동안 정신병원을 12번 오갔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을 만난 유가족 중 한 분이 아이들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해 달라고 했다. 바로 그것을 우리가 찾아 해내는 것이야말로 남은 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면….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아이들이 희생된 맹골수도에서 해양제국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게 대통령이 강조한 국가 개조의 핵심 중 하나가 돼야 한다.”

그는 이 대목에서 “아이들의 죽음을 (신라의 해상왕) 장보고 정신을 부활시키는 계기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아인슈타인도 인류의 미래는 바다에 있다고 했고 스티븐 호킹도 바다 밑이야말로 새로운 우주라고 했다. 바다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 우리는 이미 그 옛날 바다를 지배했던 실존 인물 장보고를 갖고 있는 나라다. 장보고가 지배했던 바다가 이번에 사고가 난 미친 바다 맹골수도다. 장보고는 지금의 완도인 청해에 진(陣·군사기지)을 설치해 해적들을 소탕했다. 크고 작은 해상세력들을 규합해 무역활동도 했다. 그는 사나운 물살을 건너 젊은 신라인들을 중국에 진출시켰다. 요즘 사람들처럼 벌벌 떨지 않고 그 무서운 지형을 활용한 거다. 서해 바다에서 그렇게 많은 배가 다니고 많은 침몰이 있었고 많은 사람이 죽어갔는데 거기에 대한 연구가 없었다. 장보고가 그 옛날 맹골수도를 어떻게 지배했는지 새롭게 봐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비극을 딛고 일어서는 창조의 정신이며 미래 정신이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정치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는 우선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입을 열었다.

“대통령 하야시키고 나면 누굴 내세울 건가? 유병언 같은 더러운 탐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나는 대통령이 거센 기운을 탄 거라고 생각했다. 호랑이에게 올라타면 죽느냐 사느냐 그게 문제 아닌가. 그런데 일단 이걸 잡으면 큰일을 할 수 있는 거다. 대한민국은 호랑이를 잡을 거라고 생각하고 또 잡아야 된다. 대통령이 호랑이 등에서 떨어지면 대한민국은 뭐가 되나.”

김 시인은 “행정기구 개편, 관피아 척결 등등 무지무지하게 큰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이걸 계속 밀고 나가려면 결국 정치를 바꾸어야 한다”고도 했다.

“대통령은 자신이 제시한 드레스덴 구상이나 규제 개혁 등 아이템들을 정책적으로 입안하고 법안을 만들고 인물들도 배치하고 기구를 만들고 국제관례들을 만들어내면서 젊은이들이 해외로 나가고 자기 능력을 실행할 수 있는 기초 조건을 만들어줘야 된다. 그리고 이제 민주화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성취한 이후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야 하나를 물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중장기적으로는 대통령 중임제와 (대통령 중심제와 의원 내각제의 요소를 결합한) 이원집정제로 개헌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일단은 책임 총리제를 실시하면서 이원집정제를 준비해 갔으면 좋겠다.”

국가 개조하려면 개헌해야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그 만기친람(萬機親覽)이라는 것 좀 안 했으면 좋겠다. TV에 나오는 거 보면 대통령은 원고 읽고 장관들은 받아쓰기 하고. 왜 저런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 주나. 초등학교도 아니고. 그걸 보고 있는 국민들을 뭐로 생각하고 있는 건지….”

―장관들을 장악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심리일까.

“뭔가 하고 싶은 일을 정확하게 전달해 이게 퍼져 나가길 바라는 마음일 거라는 생각은 든다. 놓치면 안 된다, 잘못하면 안 된다, 빼면 안 된다 같은 완벽주의 같은 것도 있고. 그러나 그런 방법(받아쓰기)은 매우 유치하다. 민도(民度)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행위다. 장관들에 대해서는 현안을 환하게 꿰고 책임지고 일하게 해야 한다. 대통령은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관들이 보고하거나 의견을 말하는 걸 들어야 한다. 나는 대통령이 규제개혁 토론 때 세세히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어떻게 저렇게 업무 파악이 잘되어 있을까 감동했다. 하지만 국무회의 때에는 그러면 안 된다. 지금이 어떤 때인가. 그렇게 일일이 챙기면 장관들이나 공무원들이 일을 안 한다.”

사실 김 시인을 만나려 했던 이유는 이런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오랜 시간 정신문화와 민족문화 생명운동에 관심을 기울여온 그에게서 이번 일을 정신적으로 승화시키는 데 대한 생각을 듣고 싶었던 면이 컸다.

―이번 고통을 문화적으로 승화시키는 방법은 없을까.

“내 고향이 목포다. 우리 고향에 씻김굿이라고 있다. 왜 진도 씻김굿이 유명하지 않은가. 줄을 엮어 끌어 잡아당기면서 서로 넋두리하고 울면서 죽은 사람들 이야기하고…. 고통이 클 때는 한바탕 울어야 한다. 지금은 죽은 사람도 위로하고 산 사람도 위로받을 때라고 생각된다. 씻김굿 정신은 극단적 고통 속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찾는 ‘시김새’ 정신이다. 춘향가 쑥대머리 같은 거라고나 할까. (사또) 변 학도에게 강간당하기 직전에 온몸을 얻어맞고 감옥에 갇힌 춘향이가 제일 기다리던 구원자가 이 도령 아니었나. 마침내 낭군이 왔는데 거지가 되어 왔다. 춘향이가 얼마나 절망을 했겠나. 극도의 절망 속에서 내면 밑바닥 울음을 토해내며 통곡을 하는데 어렸을 때 낭군 손을 잡고 광한루를 돌아다니던 때가 기억난다. 그러면서 점점 사랑에 대한 희망이 나온다. 바로 그 시커먼 밑바닥에서 떠오르는 하얀 빛, 나는 그걸 그늘 빛, 흰 그늘이라고 불렀다. 그게 바로 시김새, 즉 삭인다는 걸 의미한다.”

씻김의 정신으로 서로를 위로하자

잠잠하던 그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지금 우리는 극도의 슬픔에 빠져 있다. 회한도 깊고 우리가 뭘 잘못해서 아이들을 수장시켰나 죄책감도 크다. 이제 씻김의 정신으로 그 슬픔을 인정하고 그 슬픔을 자기 내면에서 드러내 하늘에 죄를 고백하자. 그 고백을 통해 아이들의 영(靈)이 좋은 곳에 가게 해달라고 빌고 새로운 희망을 내달라고 기도하자. 그게 바로 전환이다.”

그는 이번 일을 겪으며 문득 소설 하나가 떠올랐다고 한다.

“가덕도 앞에도 맹골수도처럼 물살이 희한한 미친 바다가 있다. 장모 박경리 선생(김영주 이사장의 어머니)의 소설 ‘김약국의 딸들’에 이 가덕도 바다에 빠져 죽은 넷째 딸 용옥이 이야기가 나온다. 어부들이 용옥이를 끌어올려 보니 확 끌어안고 있는 게 어린 아기야. 아기를 억지로 떼어 내 보니까 애기 있던 자리에서 하얀 십자가가 탁 떨어지는 게 아닌가. 이게 무슨 의미일까…. 나는 이번 일을 보면서 소설 속 아이를 끌어안고 죽은 엄마의 마음, 아이의 자리에서 떨어진 하얀 십자가 이런 게 자꾸 어른거렸다. 이제 우리도 그 십자가의 의미를 생각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옆에 앉아있던 김 이사장이 말을 받았다.

“3면이 바다니까 연안의 배들을 정비하고 큰 배 만들어서 모범적인 해양강국을 만들고 해양대학 잘 운영하고 지원해 훌륭한 항해사들 만들어 내는 게 죽은 아이들을 위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조심스럽지만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야 할 때다. 그런데 다 쉬쉬하고 벌벌 떨고 있다. 이건 고인(故人)들이 바라는 세상이 아닐 거다.”

인터뷰가 끝난 뒤 서울로 올라오는 길은 슬프고 답답한 마음이 좀 치유되는 것 같았다. 슬픔을 새김질해서 희망을 찾아온 한민족의 오천 년 역사야말로 이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동력이 될 것이고 꼭 그렇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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