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을 무릎 꿇게한 사랑 이야기
2011.09.03 03:26
윤덕 기자(조선일보) 이버지 이어령을 무릎 꿇게 한 이민아와 인터뷰한 조선일보 김윤덕 기자의 글을 이번 호 비전통신 특집으로 보내드립니다.(언) 죽도록 사랑해서 결혼한 남자와 헤어졌다. 암(癌) 선고를 받는다. 다섯 살 아이는 특수자폐 판정을 받는다. 失明 위기가 닥친다. 가장 사랑했던 맏아들은 스물다섯 꽃 같은 나이에 突然死 한다.... 이민아(52)에게 시련은 일상이었다. 첫 결혼 후 3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웃은 날보다 가슴 치며 운 날이 많았다. 그러나 이민아는 말한다. “모든 시련과 고난이 내게는 축복이었다.” 미국 LA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이민아는 '한국 최고의 지성'으로 불리는 이어령(李御寧) 초대 문화부 장관의 딸이다. '저항의 문학' 이후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축소 지향의 일본인' 등 160권이 넘는 책을 펴내며 평생을 합리적 이성에 입각한 사유, 지적 작업에 매달려온 이어령 '교수'를 神 앞에 무릎 꿇게 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무신론자, 이성주의자임을 자처하던 70대 노장이 2007년 개신교 목사에게 세례를 받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딸의 실명이었다. '민아가 어제 본 것을 내일 볼 수 있고 오늘 본 내 얼굴을 내일 또 볼 수만 있게 해주신다면 저의 남은 생을 주님께 바치겠나이다.'(이어령의 책 '지성에서 영성으로' 중에서) 자식의 고난 앞에서는 지성도, 과학도 힘을 잃는 걸까. 기적은 과연 있는 걸까. 4년 전 버클리대학에 다니던 맏아들 유진을 잃은 이민아는 2009년 목사안수를 받은 뒤 미국, 아프리카, 남미, 중국 등지를 돌며 마약과 술에 빠진 청소년 구제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건강이 나빠져 잠시 한국에 들어와 있는 그를 지난 4일 서울 평창동 영인문학관에서 만났다. 검은색 투피스 차림의 그녀는 故 하용조 목사의 영결식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이민아가 한 권의 책을 건넸다. '땅끝의 아이들'(시냇가에 심은 나무). "고난의 시절에 내가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사랑의 기적, 그 여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