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 새벽 남대문 시장 옅보기

2011.04.10 21:54

사빈 조회 수:3020

   고국의 캐피탈 호텔에 도착하지 마자, 피곤하여 샤와를 했다. 상쾌한 비누 냄새가 한국에 왔다는 것을 알려온다. 그래, 여기가 한국이지. 중얼 거리면서 탕 밖으로 나와서 몸을 닦고, 먼저 컴퓨터가 되나, 안되나 확인했다. 안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을, 번호를 꼭꼭 찍어 불렀다. 종업원이 전화를 받는다,

   822호실인데 인터넷을 연결하고 싶은데요. 했다. 유로입니다 . 한 시간에 8천원이고 하루 종일은 1만 6천원인데요. 말한다. 하여튼 올라오세요. 말했다.

   컴퓨터가 연결이 안 되는 곳에서는 나는 안절부절 한다. 무엇을 잊은 것 같아, 절절 매다가 그게 컴퓨터가 없는 곳이란 것을 알고, 연결해 놓고 나면, 사물이 제자리에 놓인 것 같다 그가 들어와 연결해 놓고 갔다. 하루 종일을 선택 했다. 만 6천원이라고 한다. 여러 곳을 여행 하면서 호텔에 컴퓨터 연결을 부탁하면 돈을 요구 하지 않는데, 유독 캐피탈은 거금을 요구한다, 달러로 15불이라니, 그건 너무 하다고 느끼었다. 호텔 사정이 그러하다니 울며 겨자 먹기로 했지만, 억울한 생각은 어쩔 수 없었다. 하여튼 나는 그렇게 해서라도 안정을 되찾고 내 자리를 굳히고 잠이 들었다.

  저녁에 보니, 인근에 십자가가 발갛게 나 여기 있다 하는 것 같아, 알았습니다, 대답을 했다. 새벽 네 시에 일어났다. 내가 룸 메이드가 땐가, 가만 가만 일어나서 캄캄한 곳에서 더듬거리나, 룸 메이드가 따라 일어나서 어디가려고 묻는다. 미안해요. 가만히, 새벽기도에 가려고요, 어제 저녁에 보니 십자가가 발갛게 서있는 것을 보았지요, 나도 가요, 룸 메이드도 일어난다, 우리는 준비를 하고 호텔 밖을 나오니 , 아직은 새벽바람이 싸늘하다 옷깃을 여민다. 가져온 빨간 잠바를 입고 나왔지만 잠바 속으로 찬바람이 파고든다. 십자가가 새벽에는 보이지 않는다, 분명 여기쯤 될 텐데 왜 안보이지, 근처에 가서 보니 교회 입구가 보인다. 찾아보니 자물쇠로 문을 굳게 닫았다.

서울은 이제 새벽기도를 안 하나 싶다. 그렇게 새벽기도를 많이 했다는데, 삼각산에는 밤마다 부르짖는 기도 소리에 산 울음으로 들리었고. 산에 길이 반질반질 나서 우거진 숲이 없다고 하였는데. 이제는 그 삼각산에 우거진 숲 속에, 뱀이 나올 것 같아 무섭다고 한다. 배고픈 시절 기도지, 등 따스하고, 배부르면 기도가 나올 것인가 , 잘사는 것은 우리나라 숙원이지만 , 기도가 끊어진 것은 슬픈 현상이다.

   한국은 하나님은 안 계셔도 우리는 살아 갈 수 있어요 할 것 같아 ,두렵다. 네 시에 나와 새벽기도가 없고, 호텔로 들어가자니 , 7시 반에 식사라고 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룸 메이드가 우리 남대문 시장 갑시다. 한다, 그리고 수시로 다니는 택시를 잡아타고 남대문으로 가세요. 하였다. 나 혼자 같으면 그 짓 못한다. 어디가 어디인줄 몰라서다. 남대문이란 곳에 찾아가니, 더러는 상점 문이 닫혀 있고, 상점 문을 여는 데도 있고, 상점 문을 닫는 곳도 있다. 남대문 시장은 24시간이 돌아가나 보다, 교대로 문을 열고 닫는다 한다. 우리는 먼저 입구에서 순대와, 김밥을 시키고, 오뎅국을 시키어 먹었다. 내 룸메이트가 많이 먹지도 않으면서 이것, 저것 골고루 시키어 놓고, 형님 어기 잡수시오. 한다. 나보다 다섯 살 적은 탓에, 졸지에 형님 아우님이 되었다. 그것도 객지에서 룸 메이드로 만난 인연 ,형님 아우님 소리도 정겹고 좋았다.

    아직까지 형님 소리 한번 들은 적이 없다, 하나 밖에 없는 여동생이 가끔 가다 언니하고 전화 오는 것으로, 언니 소리 듣는 것이 고작이고, 나 또한 누구한테 아우님 한번 해본 적 없는데 ,상대방이 형님이라니, 자동적으로 아우님하게 만든다. 졸지에 예쁘고 멋쟁이인 아우님을 생기어 나는 든든한 스폰서를 만난 것 같다. 그는 자주 한국을 왕래하고, 나중에 이민을 와서 한국 사정은 나처럼 모르는 것이 아니고 ,서울을 손바닥 보듯 잘 안다. 아우님 덕에 호강을 한다. 나는 그가 룸 메이드로 있는 동안 든든한 보디가드로 편안하고 안전한 여행이고 잘 먹고 잘 지냈다.

    남대문 시장으로 돌아다니다 보니 눈이 동그래진다. 한국의 옷은 날렵한 색이 호화찬란하다, 색깔도 곱고 선이, 고와서, 우리나라 청개와처럼 능선이 곱게 섬세하다. 외국에서 무딘 선과 뭉텅한 옷들만 보다가 그렇게 곱고, 아름다운 옷, 몸에 착착 감기는 옷을 보니, 다 사고 싶어진다. 다 사고 싶어 기웃 거리니, 룸메이트 아우님은 아니요, 형님, 돌아보자 구요, 자꾸 말린다. 그러나 한번 노친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 것을 매번 여행에서 경험한 일이라 그가 말려도 사고 싶어 만지작거리는, 내 모습을 보더니, 그가 흥정을 하고 값을 정해 주어 샀다. 바지두벌에, 신는 양말 열 켤레가 4천원이라고 한다. 생각해 보니 한 켤레에 달러로 투 쿼터가 안 되는 돈, 40전이다 . 그래서 열 뭉치를 샀다. 그래야 4만원이다, 딸아이가 잘 갔다 오라고 2백 불을 주어 무얼 사다 줄까 하니. 팬티나 사다 주어, 하여, 팬티를 물어보니 팬티 한 벌에 천원이다. 좀 더 비싼 것은 천 오천 원이고, 그것도 되게 싸다고 생각이 되어 네 뭉치를 샀다. 4만원이다 . 그리고 모자가 천원이라 두 개를 사고 한보따리 사들고 호텔에 오니, 6시 반 아직도 한 시간 남았다.

   기숙사에서 사감 몰래 기숙사를 빠져 나와 남자친구를 만나 데이트하고 돌아 온 것처럼 스릴이 있다. 다음날 또 갔으면 싶은데 룸 메이드야 신기할 것 없을 것 같다. 그는 듣는 둥 마는 둥, 시큰 둥하다. 그렇게 시작한 고국의 다음 날은 싱그럽고 아름다운 추억 하나를 만들었다. 나중에 하와이 가서 가끔씩 꺼내보고 즐길 수 있는 추억 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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