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야당이 있습니다. 그래서 야당은 마땅히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비록 선거를 통하여 합법적으로 집권한 정권이라 하여도 해를 거듭함에 따라 국민의 신망을 잃어버리는 정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 국민은 요 다음 선거를 기다립니다. 정권을 야당에게 넘겨주기 위하여!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나라에서는, 아니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나라에서만, 그 일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야당은 국민의 희망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국가에서 오늘 야당은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습니다. 그런데 그 답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야당인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선언하고 서울시청 앞에 꼴사나운 천막을 치고 당 대표가 농성을 시작했을 때 국민은 아연실색, 그것이 의회정치와는 동 떨어진 일종의 정치적 망발이라고 여기고 얼굴을 찌푸렸습니다. 야당에 아무런 희망도 걸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야당의 국회의원들은 아마도 10년 전의 대규모 ‘촛불시위’같은 것을 꿈꾸고 있었던 것 같은데 국민은 전혀 호응하지 않아 맥이 빠졌습니다. “대통령은 사과하라”고 야당 대표는 호통을 치지만 “내가 무슨 잘못이 있어서 사과를 해?”라며 맞받아치니 야당에게는 이제 할 말이 없습니다. 날씨도 추워지고 따르는 시민도 없어서 명분 없는 ‘장외투쟁’을 명분 없이 거두었나 봅니다. 차기집권의 가능성을 품고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할 야당이 희망을 주지는 못하고 기운만 빠졌습니다. 수염도 제대로 못 깎고 농성 아닌 ‘노숙’을 여러 날 계속한 김한길 대표는 당의 당권을 유지할 만한 실력은 되찾았습니까? 희망을 주지 않는 야당 때문에 한국 정치는 절망적입니다. 국민이 불쌍하게 여겨질 따름입니다.

김동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