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 석학 하치스 교수 방한 인터뷰

《 “절대 그리스를 따라하지 말라(Never follow Greece).” 9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그리스 아테네대 철학·과학사학부의 아리스티데스 하치스 교수(사진)는 최근 한국의 ‘포퓰리즘’ 논란에 대한 견해를 묻자 이 말을 두 번이나 반복했다. 그는 “1970년대 고속 경제성장을 거쳐 민주화를 이룬 뒤 정치권이 포퓰리즘에 빠져드는 모양새를 보면 한국과 그리스 양국이 서로 비슷하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하치스 교수의 목소리에는 모국이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한 현실에 대한 아쉬움이 짙게 묻어났다. 하치스 교수는 미국 뉴욕타임스 온라인판에 ‘그리스의 도덕적 해이’라는 주제로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저명한 법경제학자다. 이날 그는 본보 인터뷰에 앞서 자유기업원이 주최한 ‘그리스 국가부도 원인과 교훈’ 세미나에 참석해 강연했다. 》

○ “복지경쟁에 보수정당도 가세”

연합뉴스

그리스와 같은 사태가 한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까. 하치스 교수는 “한국의 공공부채는 그리스보다 훨씬 낮지만 최근 보수정당까지 복지 확대에 경쟁적으로 나서 정부지출을 늘리려는 것은 우려할 만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그리스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1981년 10월 집권한 사회주의 정당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당(PASOK)’이 복지예산을 무리하게 늘리고 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하치스 교수에 따르면 PASOK가 정권을 쥐기 이전인 1929∼1980년 그리스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5.2%로 50년 넘게 평균 실질 국민소득이 세계 1위였다. 1인당 실질소득이 두 배로 늘어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4년으로, 현재 84세인 그리스인이라면 자신의 소득이 2배씩 뛴 것을 평생 6차례나 경험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리스가 전쟁과 군사독재 등 비정상적인 정치상황을 딛고 엄청난 경제적 성과를 거둔 것은 한국과 많이 닮았다”고 말했다.

그는 “힘들여 쌓은 경제적 성과를 바탕으로 비효율적인 복지정책을 폈던 PASOK의 정치적 행태에 보수정당인 ‘새로운 민주주의당’마저 편승했다”며 “양당의 포퓰리즘 경쟁이 결국 그리스에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고 덧붙였다.

○ “그리스만 실수하는 것 같지 않다”
한국에 포퓰리즘 논란을 불러일으킨 ‘반값 등록금’과 ‘무상급식’ 얘기를 꺼내자 하치스 교수는 그리스 법학전공 교수들의 직무유기 사례로 말문을 열었다. 하치스 교수는 “그리스 법대 교수들은 주당 6시간의 의무 강의시간마저 조교를 대신 보내고 자신은 로펌에서 돈을 번다”며 “(무상교육으로) 재정이 열악한 대학 당국이 논문이나 강의실적과 상관없이 교수들에게 비슷한 수준의 봉급을 지급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리스는 무상교육으로 고등교육 체계가 망가졌다”며 “대학등록금은 수요에 맞춰 시장이 결정해야지 정부가 간섭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최근 상하이자오퉁(上海交通)대가 발표한 세계 500대 대학에 그리스 대학은 단 두 곳만 들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그리스 대학의 경쟁력은 이제 바닥까지 추락했다”고 했다.

법경제학자로서 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를 강조하는 그에게 ‘중소기업 적합품목’에 대한 견해를 묻자 “특정 품목에 대해 대기업의 시장진입을 아예 막겠다는 발상 자체가 완전히 새롭다”면서 “그리스 정부만 실수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하치스 교수는 그리스 정부가 과거 농업부문 보호를 위해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한 사실을 예로 들면서 “정부의 과도한 산업보호로 그리스 농산업이 극심한 비효율에 빠졌고 정부는 막대한 세금만 축냈다”고 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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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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