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대기업 인식은 잘못됐다

2011.09.10 11:04

david 조회 수:1517

 

[중앙선데이] 입력 2011.09.11 02:20

김영욱의 경제세상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어딜 가나 안철수 서울대 교수 얘기다. 칭찬 일색이다. 그만한 사람이 없단다. 서울시장은 따놓은 당상인데 과감히 내던졌단다. 대선 출마하면 찍겠다는 사람들도 참 많다. 안 교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2년 전 경험했다. 2009년 11월 1일 이 칼럼난에서 ‘김우중과 안철수’란 제목으로 칼럼을 썼다. 안 교수는 존경할 만한 사람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가장 존경받는 기업가’로 선정되는 건 이상하다고 했다. 그가 기업가정신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선정돼 기업가정신을 강연하는 것도 어색하다고 했다. 기업가로서 치열하게 살지 않았다고 생각해서였다.

기업가정신은 자신을 몽땅 다 거는(올인하는) 정신이다. 그렇다면 기업가는 기업을 살리기 위해 무슨 짓이든 다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안 교수는 그러지도 않았고, 도중에 기업가이길 포기했다. 기업인으로서 한 일이 많은 것도 아니다. 그가 근자에 늘 강조하는, 그런 기업을 일구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그가 만든 기업은 청년 일자리를 많이 만들지도, 애플처럼 창의와 혁신으로 충만하지도 않다. 자신은 못했는데, 남들에게는 요구한다?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칼럼을 비방하는 e-메일과 댓글들이 쏟아졌다. 20여 년의 기자 생활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이었다. 대부분 육두문자였다. 평생 가장 많은 욕설을 들은 날이었다.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걸 절감했다. ‘안 교수가 나중에 망하겠구나’란 생각도 들었다.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절대권력은 반드시 망하기 때문이다. 그토록 신중하던 박근혜 전 대표의 ‘실수’를 같은 맥락으로 보는 이유다. 안철수 신드롬을 묻는 기자에게 대뜸 “병 걸리셨어요?”라고 답한 것 말이다.

나는 그가 뭘 하든 개의치 않는다. 그건 그의 선택이다. 그로 인해 기성 정치판이 조금이라도 바뀐다면 우리 사회에 큰 축복일 것이다. 다만 한 가지 꼭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대기업은 악(惡)이고, 중소기업은 선(善)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만은 접었으면 한다. 중소기업이 안 되는 건 대기업이 불공정 관행으로 다 뜯어가기 때문이고, 청년 창업이 안 되는 건 대기업이 새싹을 짓밟기 때문이라는 ‘남 탓’론도 제발 그만하라. 우리 사회는 약탈 행위가 일어나도 정부가 그냥 내버려두는 무법천지고, 기득권자는 별다른 노력을 안 해도 잘 사는, 대단히 잘못된 사회라는 자학론도 젊은이들에게 그만 주입했으면 한다.

안 교수의 말처럼 중소기업은 정말 어렵다. 대기업과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고, 이 때문에 양극화와 청년실업 등 엄청난 문제들이 속출하고 있다. 맞는 얘기다. 문제는 왜 이렇게 됐느냐, 그리고 해결책이 뭐냐다. 안 교수는 ‘대기업 탓’이라고 한다. 대기업이 독점하면서 중소기업 몫을 독차지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중소기업이 일자리를 못 늘리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건 진실이 아니다. 대기업 탓이 없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보다는 중소기업 탓이 훨씬 더 크다. 예컨대 우리는 경제 규모에 비해 중소기업 수가 너무 많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중소기업 숫자가 일본과 미국의 5~7배다.

구조조정 돼야 할 기업들이 살아 있으면 잘하는 기업들의 뒷다리만 잡게 돼 있다. 정부 지원금만 겨냥하고 대기업 납품에만 목매는 기업들이 많아진 이유다. 당연히 자립과 경쟁력은 뒷전이다. 수출과 혁신에도 관심이 없다. 그런데 어떻게 이게 모두 대기업 탓인가. 똑 같은 중소기업인데도 기술로 경쟁력을 키우고 해외 수출로 자립한 기업도 많기에 하는 말이다.

거듭 말하지만 대기업의 모리배 관행이 없다는 건 아니다. 다만 이게 근본적인 이유가 아니라는 거다. 그런데도 모든 게 대기업 탓이라면, 안 교수는 대중 선동을 하는 것이다. 무명의 시절에는 그래도 상관없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그러다가 우리 기업들이 모토로라 짝이 나면 어쩔 셈인가. 지금은 한 번 처지면 아예 대열에서 이탈하는 무서운 세상이다. 미국이야 애플이나 GE가 없어도 끄떡없지만 우리는 선두기업들이 사라지면 큰일 나는 나라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에게 ‘남 탓’을 가르치는 건 비겁한 짓이다.

김영욱 중앙일보 논설위원 youngkim@joongang.co.kr



회원:
4
새 글:
0
등록일:
2010.08.19

지 부 연 락 처

공동 회장:조선환
연락처:213-703-2211
Email:sunnycho@gmail.com


공동 회장: 박남수
연락처:213-247-9116 Email:canontex@aol.com


상임 위원 :최영태
연락처:714-998-3757
Email:choyhenry2002@yahoo.co.kr


사무 총장 :류기상
Email: frankgsryu@hotmail.com
전화:949-398-7316